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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의 문학고백

Amplifyd from book.joins.com
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(56)는 칩거 생활로 유명하다. 신문�방송과의 인터뷰를 일절 거절한 채 침묵한 그녀 때문에 독일과 세계 언론은 뮐러의 문학적 발언에 목말라 있는 것이 사실이다.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31일(현지시간)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과 시청사에서 헤르타 뮐러가 장시간 강연한 내용은 그 목마름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. 라이프치히 대학 독일문학연구소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뮐러와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동갑내기 소설가 강유일(56)씨가 현장에서 나눈 얘기를 보내왔다.
뮐러 문학의 비밀은 ‘낱말상자’=그 오붓한 자리에서 뮐러는 내밀한 증언을 했다. 루마니아에서 독일로 망명할 때 그녀가 들고 왔다는 ‘낱말상자’에 관한 것이었다.

“나는 끔찍하도록 가난하고 외진 마을에서 왔다. 기본적 문명조차 누릴 수 없을 때 사람은 본능과 단순한 습관에 의지해 산다. 난 잡지 속에서 흥미 있는 단어들을 가위로 오려내 책상 위에 진열해 놓고 그 낱말들을 사용해 문장을 만드는 버릇이 있었다. 각각 다른 잡지와 신문들에서 잘라낸 언어들은 활자의 모양도 크기도 색깔도 달랐다. 언어들은 그렇게 잘려 나온 채 마치 역의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날 기다리고 있었다. 서독으로 망명할 때 난 그 낱말상자와 머릿속에 저장된 악몽을 휴대하고 왔다. 언어와 나의 이 결탁은 거의 중독 수준이다. 언어는 누구의 손에 잡혀 사용되느냐가 문제다. 언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. 언어는 선과 악 두 진영에서 모두 사용되면서 역사를 만들어간다.”

루마니아의 척박한 땅에서 태어난 뮐러가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. 오로지 언어만이 그녀의 소유였다. 언어만이 그녀의 단검이고 리볼버(revolver)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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